아동은 사회의 가장 약자이자 미래의 주체입니다. 따라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복지정책의 설계와 집행은 국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입니다. 특히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아동복지의 기본 틀이 되었으며, 각국은 이를 기반으로 법률을 제정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1991년 UNCRC를 비준한 이후, 다양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왔으며, 최근에는 권리 중심의 복지정책으로 점차 방향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아동권리의 개념과 국제 기준, 국내 법적 체계, 그리고 실제 복지정책에 어떻게 연계되어 실천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핵심과 적용 원칙
유엔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UNCRC)은 198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국제 인권 조약으로,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그들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 세계 190여 개국이 가입한 이 협약은 아동복지의 글로벌 기준이자 국가 정책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협약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 권리로 요약됩니다. 첫째, 생존권은 아동이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랄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제공받을 권리입니다. 둘째, 보호권은 학대, 방임, 착취 등으로부터 아동을 보호받을 권리입니다. 셋째, 발달권은 교육, 여가, 정보 접근 등 전인적 성장을 위한 권리입니다. 넷째, 참여권은 아동이 자신의 삶과 관련된 결정에 의견을 표현하고 참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UNCRC는 각국 정부에 대해 아동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 정책 수립, 예산 배분, 인식 개선 등의 의무를 부과합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이행보고서를 제출하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이를 심의함으로써 국제적 책임성을 유지합니다. 한국도 매 5년마다 이행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제6·7차 통합 이행보고서를 통해 제도 개선 현황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국내 법과 제도 속 아동권리의 구현
한국은 1991년 UNCRC를 비준한 이후, 다양한 국내법과 정책을 통해 아동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법률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청소년기본법, 아동의 놀 권리 보장법(제정 추진 중) 등이 있으며, 이 법률들은 아동의 권리를 구체화하고 실천 방안을 제시합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권리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표 법률로, 제3조에서는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자랄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 법은 아동의 보호, 상담, 복지시설 이용, 학대 예방 등 전반적인 보호 체계를 담고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명확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한편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 권리 중 보호권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학대행위의 정의, 신고의무자, 긴급분리 및 보호조치 절차, 가해자 처벌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는 아동학대 발생 시 부모로부터의 즉각 분리 제도가 시행되어 아동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동의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동참여기구는 지자체 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아동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설치되며, 아동이 직접 정책 제안, 의견 발표, 행사 참여 등의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아동권리교육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 개편도 추진 중이며, 각급 학교에서 ‘아동 권리 주간’ 운영이 장려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부터 ‘아동권리옹호관’ 제도 도입을 권고하였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아동이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직접 상담하거나 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 구제 기구로 기능하며, 아동의 목소리를 제도권 안에서 보장하는 데 큰 의의를 갖습니다.
복지정책과의 실질적 연계 사례
아동권리는 단순히 선언적 문구로만 존재해서는 안 되며, 실제 복지정책에 반영되고 실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근 다양한 아동복지정책에 권리 중심의 접근을 도입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예시가 ‘아동 중심 통합 돌봄’, ‘드림스타트’, ‘지역아동센터 고도화’ 사업입니다. ‘드림스타트’는 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건강, 교육, 복지, 심리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복지사업으로, 아동 개개인의 상황을 분석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발달권과 보호권을 동시에 실현하는 모델입니다. 특히 가정방문을 통해 아동의 의견을 수렴하고, 서비스 설계 시 이를 반영하는 절차를 통해 참여권 또한 일부 보장됩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 아동의 방과 후 돌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단순한 보호를 넘어 학습지원, 정서지원, 문화체험 등을 통해 아동의 전인적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동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아동 자치회’ 운영, 아동 권리 포스터 제작 활동 등을 도입하며 권리 기반 운영으로 전환 중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부터 ‘아동권리 기반 복지시설 운영 가이드라인’을 전국 아동복지시설에 적용하고 있으며, 모든 서비스 제공 시 아동의 의견 수렴, 프라이버시 보장, 체벌 금지, 차별 금지 등의 원칙이 내재화되도록 교육 및 점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22년부터는 정부 예산편성 시 ‘아동예산서’를 별도로 작성하여 아동 관련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고 사용되는지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생존권, 발달권과 직결되는 재정적 기반이 어떻게 확보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그 외에도 ‘학대피해아동 쉼터 확대’, ‘학교 내 아동권리 교육 강화’, ‘청소년 참여예산제 시범 운영’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모두 권리와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긍정적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아동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은 단순한 복지정책의 확장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과 사회 정의의 실현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한 기반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이러한 방향성을 국제적 기준으로 제시하며, 한국도 이를 바탕으로 권리 중심의 정책을 점차 정착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아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권리가 실제 삶 속에서 보장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과 제도에 권리 중심 접근을 내재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잘 사는 나라’가 곧 ‘모두가 잘 사는 사회’ 임을 인식하고, 아동권리를 중심에 둔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